본문 바로가기
이미 있는 것들/뱅이 본 영화

The Thinking Game을 보고...

by 읽는뱅 2026. 1. 30.

올해 초에 지인 J님이 다큐멘터리 스터디에 초대해주셨다! 

매달 다큐멘터리를 보고, 만나서 이에 대해 수다를 떠는 모임이라고 한다. 

넘 감사하다. 

다큐멘터리는 넘 재밌지만 또 막 챙겨보게 되지는 않아서, 이런 모임을 계기로 좋은 다큐들을 보게 될 것 같아 기대된다. 

또 재밌는 사람들도 만나고..! 

 

아직 모임은 하지 않았고, 1월 모임을 위해 다큐 두 편을 미리 보았다. 

그 중 하나가 The Thinking Game이다. 

 

무려 트라이베카도 가고 여러 상을 휩쓴 이 다큐는 이제 유튜브에서 풀버전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통큰 감독..)

https://youtu.be/d95J8yzvjbQ?si=aJbc-jU3lxpXRWQE

 

딥마인드의 공동 창립자 데미스 하사비스의 삶과 함께,

인공일반지능(AGI)가 발전하게 된 궤적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라는 단어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처음 알게 되었는데, 

어떤 특정 분야를 위해 개발된 인공지능과 달리(ex. 특정 게임의 NPC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된 인공지능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학습하며 적용할 수 있는 범용적 인공지능을 말한다. 

마치 아이가 여러 정보를 맞닥뜨리며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처럼, 

인공일반지능은 자신에게 주어진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 

 

 

'일반인공지능'이 가능할 수 있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딥마인드 팀은 강화학습과 딥러닝을 결합한 시스템을 만들어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아타리 게임을 던져주었다. 

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무엇을 움직여야하고 정확히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던 인공지능은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멍청한 짓들을 하더니 이윽고 엄청난 점수를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바둑과 체스에서 인간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처음에는 인간들의 대국 데이터를 통해 학습시켰으나, 

후에는 아예 인간의 데이터를 배제하고, 자신의 경기에서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알파제로를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어서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벌이는 인간과 인공지능..

자신들의 ai가 게임에서 이겨서 환호하는 마냥 해맑은 개발자들의 모습을 웃으며 보고 있었는데, 

이어서 인공지능 발전의 어두운 측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숙연해졌다.

 

아타리, 바둑, 스타크래프트는 무해한 게임이지만, 이에 탁월한 인공지능을 보며 누군가는 전쟁을 떠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AGI의 발전과 딥마인드를 보며, 오펜하이머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연상했다. 

어떤 폭발적인 기술 발전에는 윤리적인 고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데미스는 다큐멘터리 내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기술을 만드는 방식 중에 ‘일단 빨리 해보고, 문제 생기면 고치자’는 접근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방식이 아니라고 봐요.
이건 한번 사고를 내고 나서 나중에 수습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에 대한 고민은 누가 해야할까? 

책임은 누가 지는가? 누가 규제하는가?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딥마인드를 구글에 인수할때, 데미스는 군사적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윤리적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전쟁에서 자율살상 드론과 표적 지정 ai 시스템(라벤더 등) 등 인공지능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딥페이크 범죄와 가짜 뉴스도 우리의 삶 일부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학생들의 졸업앨범이 생략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가 딥페이크라는 끔찍한 소식이 들리는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사유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고민을 남겨둔 채, 

다큐멘터리는 딥마인드의 큰 성과 중 하나인 알파폴드(AlphaFold)의 개발 과정을 보여준다. 

단백질 접힘 구조를 예측하는 ai로, 이를 통해 알파폴드 개발팀의 데미스와 존 점퍼는 노벨화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단백질 접힘 문제는 특정 단백질 서열이 어떤 3차원 구조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특정 아미노산 서열이 있을 때 그 서열이 만들 수 있는 구조의 경우의 수는 무지 많지만 언제나 특정한 구조를 유지하는데, 이를 단백질 접힘이라고 한다.

따라서 알파폴드는 그 엄청나게 방대한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특정 단백질 서열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구조를 이루는지 예측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질병의 원인 파악과 신약 개발 등이 훨씬 수월해진 것..!

 

심지어 알파폴드 개발팀은 이렇게 알파폴드를 통해 도출해낸 단백질 접힘 구조 2억 개를 대중에 공개해 버렸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이윤을 남기기를 선택하기보다 인류가 더 많은 발견을 해내길 바라며 오픈소스로 공개한 그들의 결정이 멋졌다. 

 

AGI라는 인류의 새로운 지평을 위해 연구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으로 누군가는 트랄랄라라로스 따위를 만들며 놀고(개인적으로 너무 싫음..),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또 전쟁에 쓸 궁리나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살상하기도 한다. 

이 다큐를 보며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고민하기...? 윤리적인 측면에 생각해보기?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여러 미래를 상상해보기?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나도 세상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흥미로운 다큐멘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