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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있는 것들/뱅이 본 영화

충격과 공포의 레이브 <시라트>를 보고

by 읽는뱅 2026. 3. 1.

발단은 나의 문화생활 70프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뇸뇸이로부터 시작되었다….

1월까지 써야하는 영화 할인권이 있는데,
자신은 최근 보고 싶은 영화를 다 봐버려서 쓰고 싶지 않다는 것!!
영화관에 자주 가지도 않고 딱히 보고 싶은 영화도 없었지만
할인권이 있다니 왠지 솔깃해졌다..!!

원래도 엄청 저렴했는데 뇸뇸이가 에누리를 더 해줘서
5000원에 영화관 티켓을 얻었다.
티켓을 받은 날은 1월 27일…
장기 여행을 가기까지 열흘이 남은 이 시점에서
과연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어찌저찌 여차저차해서 1월 31일 토요일,
아슬아슬하게 영화를 보러갈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영화 메이트는 파트너 고동님이다.
촬영 감독을 지망하고 있기에 요즘 좋은 영화들을 챙겨보고 있는 고동님.
이번에 볼 영화는 <시라트>로 정했다.


아니 전쟁과 레이브와 EDM과 사막의 조화라니 너무 궁금하잖아..!
뇸뇸이에게 이 영화를 봤냐고 물어보니
궁금하기는 했지만 왠지 보기 무서워서 못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좀더 곰곰이 생각했어야만 했다…..

https://youtu.be/2kqmlMaVnFY

 

영화 [시라트] 메인 예고편(한글): "당신은 이 영화를 감당할 수 있는가": 세르지 로페즈: 2026.01: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레이브 파티그곳에서 루이스는 아들 에스테반과 함께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맨다하지만 곧 그 길은 신의 심판대로 이어지는데...전례 없는 충격의 논쟁작이

www.youtube.com

예고편은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스틸컷이나 로그라인 보면 분명 좋은 영화 같은데,
예고편을 보면 묘하게 기대감이 떨어짐..
“이 영화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런 문구도 넘 구리구리!

CGV는 매우 오랜만이었는데
나와 고동 둘이 할인 때문에 따로 예매를 한지라 나란히 앉는 것이 불가능했다. 예매 시스템 제발 개선해~
모르는 사이인 듯 아예 다른 곳에 앉게 됨…

들어갔더니 전 좌석을 리클라이너로 바꿔놓은 점이 신기했다.

좌석 간 간격도 무지 넓어서 뒷통수 크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한편으로는 그 많던 영화관 좌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졌다.

어딘가 다른 영화관에서 제2의 삶을 누리고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었다....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다고도 볼 수 있다.

레이브(EDM 댄스파티 같은 것)를 좋아하던 집 나간 딸을 찾아 헤매는 한 남자의 이야기.

딸을 찾기 위해 막내 아들과 함께 사막에서 열리는 레이브를 찾아 다닌다.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는 펑크-고스-메탈 인간들과 땀에 절은 채 실종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아부지의 대조가 기묘하다.

이 부자는 사막의 레이브를 찾아다니는 아웃사이더 무리와 합류하여 다음 레이브 장소로 떠나게 되는데....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암시되는 3차 세계대전은 

생명 하나 없는 사막 한 가운데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고, 

이들의 여정은 점차 끔찍하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외줄타기로 변해간다.

 

영화의 제목인 '시라트'는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천국과 지옥 사이에 놓여 있는 다리를 뜻한다고 한다. 

"그 다리는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칼날보다 날카로워 오직 의로운 자만이 건널 수 있다"고 영화 시작부터 나오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그 가느다란 통로를 지나는 것은 순전히 우연에 달린 것처럼 느껴진다. 

슬픔과 고통은 죄없는 자와 의로운 자를 비껴가지 않는다. 

 

시각적으로 아주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는 않는다만, 

영화 속 인물들이 마주한 불합리하고 우연한 불행 때문에 여느 슬래셔 무비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중간에 절벽이 나오는 어떤 장면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실시간으로 치솟는 것이 느껴졌으며 

내가 왜 이러한 고통을 느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리고 막판에는 너무 힘들어서 안경을 벗고 흐린 눈으로 영화를 보다가 급기야 눈을 아예 가리고 봤다.

 

물론 더 끔찍한 점은 이러한 사건이 어떤 이들에게는 지금도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 와중에 비스듬히 눕는 것을 싫어하는 나(허리가 아파서... 비행기나 야간 버스에서도 등받이 안 젖히고 감)는

망할 놈의 리클라이너 때문에 허리가 부서질 듯 아프기 시작했으나 

리클라이너를 처음 써보았기에 혹시 다시 바로 세우는 버튼을 누르면 영화 중간에 궤애애애앵! 소리가 날까봐 무서워서 그냥 참으면서 봤다. 

 

그렇게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극심한 고통을 받은 나는 

아주 지쳐버렸고 

 

참 좋은 영화였지만 그날 저녁 내내 요양을 해야만 했다.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았고 자세히 분석해보고 싶은 영화였지만

기억을 떠올려서 이정도만 쓰는 것도 지친다...